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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와인과 책 그리고 여행, 나만의 취향을 페어링하는 <책크인> 고윤경 님

작성일 2022-09-27

작성자 Jordankorea(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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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어릴 때의 향수가 느껴지는 지하도를 내려오면 작은 간판이 나를 반긴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이따금씩 기차 지나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책방 안은 벌써 가슴 설레는 여행길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 익숙하지 않은 경험은 항상 절 흥분시켜요.” 윤경이 와인과 함께 권해준 책은 다음 장을 넘기기 전까지는 도무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여행의 재미가 ‘낯선 기분’을 찾는 데에 있다면, 한 쪽마다 새로워지는 책과 여행길은 참 많이 닮았다.



아홉 번째 미소,

연남동 책방 <책크인> 고윤경 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우선 자기소개를 하면서 시작해볼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연남동 골목 끝에서 작은 여행 책방 <책크인>을 운영하고 있는 고윤경입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면서, 세상 사람들이 아무도 나를 모르기를 바라지만 정확히 반대로 살고 있습니다. 많이 일하고 적게 벌고 매일 부랴부랴 출근하고 씩씩하게 뛰어다니느라 연남동 사람들이 다 아는 그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웃음)




서점이 굉장히 오붓하고 조밀한 느낌이에요.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의 서점을 운영하고 계신데,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요. <책크인>은 여행을 일로 삼아오는 동안 늘 고민해오던 공간이었어요. 서점에 가면 여행 섹션엔 왜 늘 가이드북 일색일까요? 전 늘 100인의 여행자가 있다면 100가지 여행의 취향이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유행하는 것, 보여지는 것, ‘이런 게 내 취향이야.’라고 알려주는 알고리즘 말고 오롯이 나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는 공간이 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만들었죠. 그래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행 책방’이어도 가이드북은 아주 소량만 갖춰 두었어요.






정말로요. 시집도 있고, 에세이도 있고, 사진집도 있네요. 언뜻 봐서는 ‘여행’이 엮인 책방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렇죠? 대형 서점의 여행 코너에 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여행 책들 말고 여행의 ‘풍미’를 높여줄 만한, 취향을 발견하는데 꽤 괜찮은 동행이 되어줄 만한 책들을 주로 큐레이션 해서 소개하고 있어요. 책방 오픈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문을 열고 들어오면 일상의 권태와 고단함이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환기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일상과 차단된, 완벽한 비일상을 위한 공간이 되었으면 했거든요.



이렇게 코스를 준비해 다니세요.”, “이곳에서는 이 가게를 방문하세요.”……. 빡빡한 가이드라인 대신, 여행의 ‘풍미’를 더해주는 책들을 엄선했다.



책방인데도 와인이 상당 부분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도 그 이유에서일까요?

그런 셈이에요. 한켠에는 각 지역의 지역적인 특색이나 품종 특유의 떼루아가 잘 살아있는 다양한 지역의 와인들을 구비해두었어요. 햇살 잘 드는 고요한 서점에서의 낮술. 여행지에서 즐길 법한 비일상의 순간 아닐까요?

 

그래서 그런지 매장이 서점이라기보단 따뜻한 편집샵 같은 분위기예요. 여기에 귀여운 스티커들도 있네요! 매장에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혹시 특별히 애착이 있는 물건이나 공간이 있을까요?

매장 메인 서가에는 다양한 여행 서적들이 자리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무도 시켜준 적 없지만 자체 임명한 연남동 쩝쩝박사인 만큼 와인과 잘 어울리는 스낵들을 모아놓은 파트가 있어요. 이름하여 ‘쟌느 할머니 그로서리 파트’입니다. (웃음)

 

이름이 정말 귀여워요! 업무시간이 아니라면 당장 하나 먹어보고 싶은걸요. 포장지들도 무척 이국적이네요.

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에 있는 구멍가게 느낌을 내보려고 했어요. 지금 <책크인>에 있는 와인들과 곁들이기 좋은 스낵들을 모아두죠. 여기를 지나면 계절마다 심혈 대신 술잔을 기울여 큐레이션한 와인 섹션이 나온답니다.

 

심혈 대신 술잔을 기울여 만든 공간. ‘이것도 기분인데’ 햇살 좋은 낮에 와인 한 잔이 절로 그리워진다. 




책방에 들어와서도 여기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어요. 요즘은 보틀샵도 참 많잖아요. 그보다는 훨씬 편안하고 아기자기해보여요. 레이블들도 처음 보는 것들이 많네요. 

그런가요? <책크인>의 와인장에 자리한 와인들은 다른 와인샵 보다 종류는 적지만 계절에 맞춰서 밀도 있게 큐레이션 하는 만큼 애정이 담뿍 담긴 공간이에요.

 

진열할 와인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고르시는 건가요?

네. 함께 일하고 있는 연인이자 알바생인 김 알바와 함께 지역적 특색이 잘 드러나는 혹은 특이한 품종들로 만든 와인들을 계절에 맞춰 큐레이션해요. 아, 여기엔 이렇게 여행지의 무드가 가득한 엽서나 포스터들도 준비해두었죠. 

 

사실 여행은 굉장히 활동적이고, 서점은 꽤 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잖아요. ‘여행’이랑 ‘책’은 어떻게 엮게 되신 건가요?

저는 운이 좋게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과 일들을 제 직업으로 삼게 되었어요. 누가 “취미가 뭐냐?” 하고 물으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인 이 두 가지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보통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으면 생각이 많이 바뀐다고들 하던데, 윤경 님은 어때요?

직업으로 삼게 된 이후 생각이 달라졌냐 물으신다면 다행스럽게도 ‘아니오’라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행을 업으로 삼고 살다 보니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와 메시지를 주고 받아요.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온전히 혼자이고 싶은 순간이 절실해지면 저는 책을 들고 카페에 나가 앉아 점심과 저녁을 해결했어요. 책은 그럴 때마다 일상의 시간을 비일상으로 만들어주었죠.

 






책이 윤경 님에게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을 준 셈이군요.

반대로 여행을 갈 땐 여행 파트너로 수다쟁이 친구를 하나 데려간다는 마음으로 책을 골라요. 낯선 여행지에선 종종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잖아요. 내 일상과 먼 곳이니까. 라이프스타일까지 갈 것도 없이, 시간부터 내가 알던 일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곳에서 익숙한 활자로 적힌 글을 읽으면 불안감이 가라앉거든요. 여행 중에는 업무 메일이나 수시로 울리는 메시지 알람을 의식하지 않고 책 한권에 온전히 빠져들어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도 하고요







책 앞장에 클립으로 리뷰를 끼워 놓은 것들이 보여요. 저는 이렇게 리뷰가 적힌 책을 보면 더 따뜻하고 애정이 담긴 책이라고 말하는 느낌이라 좋아요. 이 리뷰는 윤경 님이 직접 쓰신 건가요? 이렇게 해둔 이유나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아침에 책을 주문하면 퇴근 전에 집 앞에 그 책이 뚝딱 도착하는 시대에, 이 작은 동네 책방을 찾아오신 분들은 아마도 책방 주인의 취향이나 큐레이션에 흥미가 있어서 오신다고 생각해요.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 매대에 늘어진 ‘인기도서’가 아니라, 책방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 책들이 진열된 매대를 구경하기도 하고, 책방 주인에게 책 추천을 받을 수도 있고요.

 

듣고 보니 그래요. 크고 편리한 가게들도 참 많고, 인터넷 주문과 배달이 이렇게나 잘 되어있는데도 동네 구석구석의 가게를 찾아다니는 이유는 아무래도 동네 가게, 동네 책방이라는 바이브가 주는 특별한 느낌 덕분인 것 같아요.

동네 책방은 그런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좀 더 개인적이고, 밀도 높은 독서 생활이 가능한 공간이요. 그래서 저희 책방의 결을 잘 드러내 주는 문장들을 책에서 찾아 이렇게 밑줄을 그어 두거나, 노트를 붙여 두곤해요.

 

여기로 오는 길에 철길이 보였는데, 열차 지나가는 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고요. 윤경 님은 연남이 어떤 동네라고 생각하세요? 연남동을 서점 위치로 선택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어요.

처음 연남동으로 이사를 오게 된 건, 직장 생활 2년차에 막 접어들 때였어요. 십 수년 전의 연남동은 지금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답니다. 지금처럼 카페와 맛집이 즐비하게 된 건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SNS에서 연남동의 이름을 보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네요. 

요 몇 년 사이 다양한 매력이랑 콘셉트를 가진 카페나 식당……. 편집샵과 서점들이 많이 생겨서 연남동 사람들이나 연희동, 넓게는 망원동 분들까지 여기 인근에 사는 분들은 멀리까지 나가서 문화생활을 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세가 좀 높아도 무척 매력적인 곳이죠.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이 든 건물 반지하의 노포부터 요즘 제일 힙한 브랜드들의 팝업스토어가 열리기도 하고, 솜씨 좋은 식당과 멋진 카페가 한 동네에 모여있잖아요. 저한텐 아주 익숙한 곳이기도 하지만 언젠가 ‘내 공간’을 여기에 만들어서 선보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만들었어요.







연남동을 선택한 건 우연이라기보단 생각보다 꽤 오래된 꿈이었던 거군요. 

동네에서 매일 같이 산책하던 길에 제 책방을 갖는 것…….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이 동네에 이사와서 조용한 벚꽃길을 산책하던 바로 그날부터 시작된 꿈이에요.

 

책 사이에 술이 진열된 게 무척 신선해요. ‘와인’이라고 하면 굉장히 우아하고, 멋지고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도 요즘은 다양한 와인 문화가 생겨나면서 주변에서도 와인을 접할 일이 조금 늘어났는데요. 와인이 윤경 님의 삶에 다가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을까요?

아까 저를 연남동 쩝쩝박사라고 했던가요?(웃음) 저는 여행지에서 미식을 즐기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현지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과 분위기 그리고 술 한 잔! 제 여행은 그런 저녁을 맞이하기 위해 떠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멈출 수 없는 여행의 맛! 



그러면 와인은 처음부터 인연이 있었던 건가요? 보통 외국에 가면 분위기 때문에라도 와인을 많이 찾잖아요.

그렇진 않아요. 영국에서 공부하는 동안에는 맥주나 위스키를 좀 즐겨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두 가지 술 모두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잘츠부르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몇 달 간 맡아 운영하게 되었는데, 마음 맞는 친구 둘을 만나 저녁마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하며 이방인의 삶을 만끽했어요.

 

 

잘츠부르크라면 오스트리아죠? 

맞아요. 오스트리아에도 리슬링을 비롯해서 꽤 괜찮은 와인들이 많거든요. 게다가 마트에서 저렴한 가격에 쉽게 살 수 있어서 저녁마다 와인을 한 병씩 손에 들고 모여 앉아 시간을 보냈죠. 와인이 주는 기쁨은 그때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 서점까지 와인이 들어오게 된 데에는 어떤 사연이 있어요?

지금 이 자리로 책방을 옮겨오면서 책방 손님으로 만났다가, 이제는 제 삶의 동반자가 된 친구가 “책방에서 와인을 판매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이 친구가 워낙 와인을 좋아하거든요. 각 지역마다 다른 풍미를 보여주는 와인이 어찌 보면 ‘여행의 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야기가 나온 그날 둘이서 밤을 새며 새로운 책방 콘셉트를 의논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절이 변할 때마다 열심히 와인을 고르고 생각하며 행복해 하고 있어요. 아,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저 직업 만족도가 꽤 높은 사람이네요. (웃음)

 

와인을 고르고 생각할 때 행복하시다니 지금 여쭤봐야겠어요. 가을은 이른바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죠. 처음 와인과 책 페어링에 도전하는 분들에게 초가을을 맞이하는 날씨에 잘 어울리는 책과 와인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도 한 번 도전해보려구요!

가을에는 저는 늘 피노누아를 추천해드리는 편입니다. 365일 중 300일은 늘 화이트 와인을 외치는 사람이지만, 가을 바람이 살풋 불어오면 바로 이 피노누아를 마실 때예요. 

피노누아는 다른 레드보다 탄닌감이 적고, 바디감도 그렇게 무겁지 않아요. 또 과일 특유의 주시한 맛이 아주 잘 드러나는 와인이죠.

 

그야말로 결실의 계절에 걸맞는 설명이네요. 입맛이 도는 것 같아요! 

최근 테이스팅 하면서 마침 마음에 드는 피노누아를 찾았는데 소개해드릴 수 있어 신나네요. (웃음) 지금 보여드리는 게 캘리포니아 몬트레이 지역의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락클린 랜치 피노누아’라는 와인이에요.

 

아, 피노누아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군요!

네. 다른 피노누아 보다는 바디감이 있는 편이고, 약간의 산미가 있어서 살짝 시원하게 마셔도 좋아요. 스모키한 향에 바닐라 풍미가 은은하게 느껴져서 ‘아, 이게 가을이구나!’ 싶은 맛입니다. 음……. 같이 페어링 하기 좋은 책으로는 최근 효형 출판사에서 출간한 피터 메일 작가의 <아피!미스트랄>을 추천드릴래요. 




1988년, 런더너는 프로방스로, 우리는 연남에서 타인의 추억으로. 그야말로 가을 여행이다.



지금 엄청 즐거워보여요. (웃음) 어떤 책인가요?

1988년, 런던의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던 작가가 프로방스에 있는 작고 오래된 집을 덜컥 구매하고 거기서 한 해를 보냈을 때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영국 아저씨가 모든 게 느릿느릿한 프로방스에 정착하고 겪는 속 뒤집어지는 나날들, 낭만적인 하루와 조용하고 아름다운 사계절을 읽을 수 있죠.

 

이래서 여행과 책, 와인이 하나로 엮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걸요. 가을과 와인, 책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지금 프로방스로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여행사를 퇴사하시고, 지금은 또 다시 1인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으신데, 이렇게 여행에 애정을 가득 가지고 계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윤경 님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요?

솔직하게 말하면 제게 여행은 ‘일’, 그뿐이에요. 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도 많이 노력하구요. 낭만적인 일을 업으로 삼았고, 출근이 좀 덜 괴로운 업무 환경을 부여 받은 행복한 사람이죠. 하지만 여행은 실체가 있는 걸 파는 게 아니라 시간을 판매하는 일이라 제가 유일하게 예민해지는 분야이기도 해요. 시간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보상해줄 수가 없잖아요.

 

아무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기보다는 기대감을 크게 가지고 떠나다 보니 여행자 입장에서도 여행지에서는 허투루 보내면 안 되겠다는 압박이 느껴지긴 해요.

맞아요.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온 힘을 다하게 돼요. 그래서 낭만이나 유행, 트렌드를 따라서 여행에 의미를 주기 시작하면 본질을 놓치게 될까봐 스스로 경계를 많이 해요. 여행자가 되는 건 딱 저의 여행일 때만. 




그럼 누군가의 휴식과 리프레시를 준비해주시는 윤경 님은 자신에게 휴식이나 리프레시가 필요할 때 어떤 걸 하세요? 좋아하는 취미나, 요즘 푹 빠진 일도 좋구요.

음, 저는 이렇다할 취미가 있는 타입은 아니에요. 그나마 취미라고 할 게 책을 읽고 모으는 건데 이젠 책방 주인이 되어서 일=취미가 되었거든요. 처음 책방을 열 때는 ‘남들은 필라테스 수업 듣고 PT도 받는다는데, 나도 비싼 취미생활이라 치고 책방을 열자.’ 하고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더 이상은 독서가 리프레시 역할을 해주지 못하게 되었어요. 이젠 집에서 책을 가능한 안 보려고 노력도 하고 있구요.

 

조금 쓸쓸하게도 들려요. 취미로 시작했던 건데 취미가 사라진 거잖아요. 그러면 요즘의 리프레시는 뭐예요?

요즘 제게 가장 큰 리프레시는 요리일 것 같네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일, 계절마다 <책크인>에 새로운 타파스 메뉴를 선보이려고 고민하고, 정성스레 식재료를 고르는 과정이 일상을 환기할 수 있게 해주죠.




요즘 윤경에게 정성스러운 요리를 준비하는 시간도, 향긋한 와인과 곁들여 한 입 맛 보는 시간도 비일상이다. 또 다시 마음이 여행지로 향하는 것만 같다.



1인 여행사를 운영 하시면서, 또 책방을 운영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인터뷰를 하면 이 질문을 굉장히 자주 받는 것 같아요. 하지만 손님들과의 이야기는 저만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아무래도 동네 책방이다 보니 사적인 에피소드가 많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을 꼽으라 하면 저는 늘, 지금 제 옆에서 제 삶을 지탱해주고 있는 제 반려인 경택을 꼽고 싶어요. 경택이도 혼자 칸쿤으로 떠나려던 여행이 취소되고 제가 운영하는 책방에 찾아왔던 손님이었거든요. <책크인>을 통해 만난 손님 중 가장 친밀하고 내밀해진 손님이 아닐까 싶네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문득 든 생각인데, 제 친구는 여행을 갈 때 마다 그 나라의 마그넷을 꼭 사는 편이고 저는 그 곳에서 일기를 쓰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윤경 님은 어떠세요? 여행을 하실 때의 루틴이나 습관……. 꼭 하는 일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저는 꼭 쿠킹 클래스를 들으려고 해요. 현지 시장에서 선생님을 만나 같이 그 지역의 식재료들을 둘러보고, 구매하는 것부터 낯선 재료를 다듬는 과정이나, 향신료를 사용하는 그 지역만의 독특한 방법, 익숙하지 않은 주방에 서서 생소한 언어들로 음식을 만드는 경험이 항상 절 흥분시키더라고요. 

 

자칭 연남동 쩝쩝박사? 이젠 저도 인정하겠습니다. 윤경 님을 연남동 쩝쩝박사로. 이젠 자타공인 연남동 쩝쩝박사예요.

정말요?(웃음) 처음보는 사람들과 뜨거운 불 앞에서 음식을 만들고,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은 다함께 테이블에 둘러 앉아 나누어 먹으며 술 한 잔과 함께 그날의 경험과 기분을 공유하는 거예요! 제가 여행지에서 꼭 빼놓지 않고 하는 일 중 하나랍니다.

 

그동안 많은 곳을 여행하셨을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무엇이었나요? 장소, 해프닝, 날씨, 만난 사람들 등 무엇이든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궁금해요.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인터뷰를 할 때마다 바뀌어요.(웃음) 언제는 포르투갈이라고 했다가 언제는 치앙마이라고 했다가, 또 언제는 강릉이라고 하기도 하고……. 오늘은 ‘미얀마’라고 대답하고 싶네요.

 

미얀마요? 제게는 어렴풋한 이미지만 있고 좀 낯선 곳이에요. 어떤 일이 있었나요?

미얀마의 바간은 사막에 수천 개의 사원이 있어요. 지금은 출입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들었는데, 제가 여행할 당시에는 누구든 사원에 들어갈 수 있고 사원 지붕도 기어오를 수 있었거든요. 여행자들은 각자 전기 오토바이를 한 대씩 빌려서 자신의 사원을 찾으러 다녀요. 아직 어둠도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에 오토바이를 몰고 사막을 달려 어제 점 찍어둔 사원의 계단을 올라 지붕 끝에 앉아요. 그리고 아침 해가 뜨길 기다리죠.




이 어딘가에 있을 나만의 사원을 찾아 모인 여행자들이 몇이었던가. 새벽이 밤을 밀어내듯이, 이 기억이 불안을 밀어낸다.






낯선 곳, 그것도 어두운 곳에서 밤을 샌 건가요? 조금 무섭고 묘한 분위기일 것 같은데, 어땠나요?

별이 총총 박힌 밤하늘을 보다가, 이름도, 얼굴도, 정체도 모르는 다른 여행자의 체온과 존재에 의지하며 어둠이 가시기를 기다리면 사막 위로 해가 떠요. 온몸으로 그 해를 맞은 바로 그 기억은 제가 불안하거나, 외로워질 때마다 마음 속에서 불쑥 튀어나와 절 위로해줘요. 

 

아무래도 윤경 님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처음 보는 것’, ‘낯선 것’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네요. 얼마 전에 뵈었을 때 동네 길목에 숨어있던 멋진 카페 이야기를 해주셨잖아요. 매일 같이 근방을 지났는데도 모르고 있었다고. 최근 윤경 님이 주변에서 찾아낸 낯선 발견이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어요. 

음, 저는 요즘 엄마에 대한 마음을 다시금 발견한 것 같아요. 저에게 엄마는 엄하고 엄격한 사람이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스무 살 이후로 제가 하는 모든 선택들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셨더라고요. 한 번도 “왜 그런 선택을 하는 거냐.”고 묻지도 않았고, 다그치지도 않았죠. “나는 네 팬이잖아!”, “네가 하는 일은 다 멋있어.”, “걱정하지마, 잘 안 되면 엄마랑 시골에 내려가자. 엄마는 농사를 짓고 너는 작은 책방 하면서 살면 되지.” 하고 저를 위로하고 격려해주면서 항상 제 롤 모델로 곁에 있어주셨죠.

 



내 인생의 ‘롤 모델’이자 고윤경의 ‘팬’, 하지만 요즘은 조금 아이처럼 보인다.




너무 든든한 걸요. 원래 하시던 일도 여기저기 떠나는 일이 많았고, 지금도 평범하지는 않은 일을 하고 계시잖아요. 어머님이 많이 의지가 되었겠어요.

그런데 있죠, 요즘 보면 엄마가 꼭 아기 같아요. 예전보다 쉽게 다치시기도 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데 한참 걸리기도 하세요. 우리는 친구처럼 같이 나이가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엔 나의 한 해 보다 엄마의 한 해가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한달에 한 번은 꼭 만나서 제가 들러 보고 좋았던 식당이나 카페를 가거나, 좋은 공연이나 전시를 같이 즐기려고 해요. 그리고 그렇게 하루 종일 신나게 놀고 집으로 돌아가면, 나 자신을 나보다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위로도 되고, 더 잘해내고 싶어져요. 뭐든요!





 

그 이야기가 더욱 두 분 사이를 ‘친구처럼’ 들리게 해주는 걸요. 혹시 조르단 제품을 사용해보신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제품을 가장 좋아하시는지, 아직 없으시다면 어떤 제품에 제일 끌리는지 알려주세요!

조르단 제품 중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 건 그린클린 치약이에요. 재생플라스틱으로 패키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일 쓰는 거니까 이왕이면 지구에 무해한 걸 써보자 하면서 선택했거든요. 처음엔 거품이 잘 나지 않아서 많이 짜보기도 했고, 혹시 내가 잘못 쓰고 있는 건가 싶어서 칫솔을 바꿔보기도 했는데…….

 

아, 맞아요. 풍성하게 거품이 나질 않아서 처음 쓸 때는 좀 낯설죠.

알고 보니 양치할 때 나는 거품이 합성 계면활성제 때문에 생긴다는 거예요! 정말 거품이었던거죠. 지금은 거품이 많이 난다고 상쾌한 양치가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패키지도 아담해서 여행할 때 꼭 챙겨가요.




‘Made for every smile’은 조르단의 슬로건이기도 하고 가치이기도 해요. 요즘 윤경 님을 가장 많이 미소 짓게 하는 건 어떤 건가요? 

저를 가장 미소 짓게 하는 것들……. 그거라면 책방에서 손님들이 소리를 낮추어 소곤소곤 나누는 대화와 오후네 시 쯤 보는 책방 풍경이에요.

대화 내용이 잘 들리지는 않지만 같이 온 사람들과 취향이나 경험을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이 공간을 유지하려고 쏟는 걱정이나 높은 가겟세에 대한 염려도 싹 날아가거든요. 그리고 이 계절에는 오후 네 시 쯤 책방에 가장 예쁜 햇살이 들어와요. 아주 오랫동안 이런 공간을 꿈꿨던 저에게, 

책방 앞 숲과 건물에 반사되는 햇살, 책방 입구로 반짝이면서 들어오는 빛들이 큰 기쁨을 줘요.



초가을, 작은 책방, 오후 네 시, 따듯한 햇살 냄새, 연남동. 이 애뜻하고 사랑스러운 공간이여.



마지막 질문입니다. 윤경 님에게 ‘미소’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제게 미소란 제가 가장 편안한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웃음 소리도 크고, 입도 아주 크게 벌려서 웃었거든요. 어느 새 그런 웃음은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감이 되었어요. 그래서 제 마음을 다 터놓은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저는 활짝 웃는 게 참 어려워요. 지금도 제 진짜 웃음 소리나 이빨 부자마냥 이를 잔뜩 드러내어 웃는 제 모습은 정말 가까운 사람들만 아는 모습이에요. 



윤경 님의 그런 웃음을 볼 때가 정말 소중하고 좋은 순간인 거군요.

그럼요. 이렇게 웃는 사진은 그만큼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행복한 순간에 대한 기록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해요. 제 행복 버튼이기도 하고요.




[Jordan Smile Talk Project]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일상의 ‘미소‘, ‘웃음’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프로젝트입니다. 

작은 미소들이 모여 큰 웃음을 만듭니다.

 

스마일톡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남겨주신 '좋아요' '칫솔 기부' 이어집니다.

인터뷰를 읽은 후, 여러분의 마음을 좋아요♥로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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